YoungEun Kim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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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청취자들에게 I
2022
싱글 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8분

이 작업은 과거의 소리를 추적하는 디지털 퍼포먼스 영상이다. 작업 속의 이야기는 19세기 말 미국의 인류학자들이 사라져가는 원주민의 음악과 언어를 축음기로 녹음하여 제작한 민족지학적 레코딩에 대한 단상에서 출발한다. 영상에서 들리는 노래는 1896년, 미국의 인류학자 앨리스 플레처(Alice Fletcher)가 워싱턴에서 유학 중이던 세 명의 조선인에게 직접 공연을 요청하여 왁스 실린더에 녹음한 〈사랑노래 – 아라랑 1〉이다. 이 녹음물은 한국 전통 음악이 기록 매체에 녹음된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왁스 실린더는 그 물성이 연약하고 환경에 민감하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왁스 표면에 기록된 소리는 서서히 사라지며 노이즈화되기 마련이다. 영상 속에서 나는 노이즈 리덕션 플러그인(noise reduction plugin)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이 노래의 잡음을 줄이며 한 걸음씩 과거로 다가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래가 더 선명하게 들리도록 유도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소음으로 인식한 이 노래는 오히려 음향적으로 더욱 파편화된다.

영상 속 내레이션은 사운드 스터디 학자 조너선 스턴의 에세이에서 일부 발췌하여 각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