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Eun Kim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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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꽃
2017
혼 스피커, 스피커 스탠드, 앰프, 사운드, 드로잉
사운드: 4분 루프
가변 설치

이 작업은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스피커 벽을 쌓고 송출했던 대북 선전 확성기 방송의 작동방식과 그 기저에 흐르는 기이한 감각을 다룬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이 방송은 확성기 벽으로부터 최대 24km 떨어진 지역까지 전달되며, 열악한 처지에 놓인 북한 군인들에게 북한에 대한 불만을 유도하고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일부 기사에서는 탈북민의 입을 빌려 대북 선전 방송은 효과 없이 유치하고 귀찮은 방송일 뿐이라고도 말한다. 이 방송은 남한에 대한 홍보, 북한 사회의 실상, 일기예보 그리고 남한의 대중가요 등을 송출하는데, 여기에서 송출되는 많은 노래는 이념 선전과는 거리가 먼 사랑 노래들이다.

나는 이곳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듣는 사랑 노래가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성하는 위협의 도구로 고안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청취의 작동 원리는, 마치 원거리에서 발포된 총알이 목표 대상에 물리적 영향을 미치듯, 진동하는 공기가 소리의 근원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의 고막을 두드려 작동하는 원격 촉각이라는 점을 상기했다. 심리적, 청각적 그리고 촉각적인 장치로서의 노래는 이러한 감각의 연결망을 공포의 방식으로 드러내고, 동시에 그 목적과 방식 사이의 모순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이러한 감각적 경험을 청취와 조각적 방식으로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어떤 소리가 들려올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간헐적으로 듣거나 진동을 느끼는 우세한 주파수들은 음향 스펙트로그램 상에서 진한 덩어리나 뾰족한 가시처럼 돌출되어 보인다. 나는 한 사랑 노래의 음향 스펙트로그램에서 이 덩어리와 가시의 형상을 모아, 이 형상대로 화이트 노이즈와 핑크 노이즈를 깎아내 리듬을 구성했다. 파편화된 이 소리들은 사랑 노래의 정서와 대비되어, 간지러운 촉각적 감각과 따가운 통각적 감각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2017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