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Eun Kim
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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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살 
2017
스피커, 나무벽
6분 12초
가변설치

이 작업은 목소리라는 비물질적인 도구가 가진 힘과 이 도구를 통한 노래의 재맥락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대개 어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집단적인 목소리가 가진 신체성과 물질성을 통해 종종 어떤 노래나 특정 문구의 맥락을 완전히 다른 곳에 가져다 놓는다. 시위에서 불리는 노래들은 시위의 성격을 대표하는 강력한 상징이 되기도 해서 보통은 시위를 위한 새로운 곡이 쓰이지만, 많은 경우 시위대가 이미 존재하는 노래를 즉흥적이고 자의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 작업은 특별히, 우연히 일어난 작은 사건을 통해 시위 노래로 선택되고, 집단적인 목소리라는 도구를 통해 상징적 힘을 획득한 한 노래를 불러온다. 홍콩의 우산혁명에서 있었던 이 사건은, 시위 도중 누군가 메가폰의 버튼을 잘 못 눌러 생일축하 노래의 반주가 흘러나온 일이었다. 이 소리에 맞추어 주위에 있던 군중이 손뼉을 치며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이후로는 매번 시위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고조될 때마다 누군가가 생일축하 노래를 시작하여 욕설과 고함을 덮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했다.

이 작업 안에서 생일축하 노래는 한 사람의 허밍으로 시작한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이 허밍이 반복되고, 동일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겹쳐져 합창이 되어간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지고 반복된 이 소리 덩어리는, 목소리라는 매체가 몸이라는 물질로 체화되어가며 노래의 맥락이 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